피아노 타임

트리스탄

침실에 들어서자마자 법정에 입고 갔던 옷을 갈아입었다. 그 정장은 이제 다른 사람의 것처럼 느껴졌다. 낯선 이들이 내 삶의 파편들을 해부하는 동안 판사의 시선 아래 앉아 오전을 보낸, 그 누군가의 것.

짙은 청바지와 차콜색 스웨터를 걸치고,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뒤 침실 거울 앞에 잠시 섰다. 지쳐 보였다. 언제나 그렇듯 얼굴에는 단단한 선들이 새겨져 있었지만, 눈 뒤편에는 전에 없던 무언가가 자리해 있었다.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, 영향력이 모든 것을 고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억지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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